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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의사가 생각해 본 다크서클 예방법

젊었을 때는 스킨로션도 안 쓰던 저인데 몇 년 전 어느 날 마눌님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얼굴에 주름살이 너무 많아져 보기 안 좋으니까 마스크 팩을 하라는 것입니다. 거울을 자세히 보니 원래 있던 잔주름 말고도 주름이 꽤 많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마눌님이 한 장 천원씩이나 하는 마몽드 마스크 팩 수십 장을 한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입(?)을 했습니다. 말하자면 천 원 한 장을 얼굴에 붙였다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기막힌 비극이 있었으나 내 얼굴의 변화가 너무 급작스러워 보여서 군소리 없이 그냥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런데 돈도 돈이지만 더 큰 문제는 마스크 팩을 붙이려니 이만저만 정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간도 따로 내야 하고 마스크 팩 하는 날도 잊지 않고 계속 챙겨야 해서(유명 저술가로 바쁜? 상황에서) 도저히 오래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게으르지만 철두철미한 성격에) 마스크 팩을 포기하고 대신 화장품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자연스럽게 어떤 화장품이 가장 값도 싸고 질도 좋은가도 공부하다 보니 화장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면 좋은가 찾아보게 되고, 더 나아가 가장 효율적인 피부관리가 무엇인가 열심히 공부했었습니다. 덕분에 이번에 발행된 <뉴욕의사의 건강백신>에 피부에 대한 이야기까지 싣게 되었습니다.


아이크림 쓰는 남자


그런데 최근 마눌님이 두 번째 화두를 던졌습니다. 아이크림(eye cream)을 쓰라는 것입니다. 남자인 저에게, 그것도 40대 중년(?) 남성에게 아이크림이라니 모욕도 유분수지, 아이크림이라니요. 제가 꽃 단장할 나이의 아가씨입니까? 그런데 아이크림을 쓰라고 하면서 이유를 말하는데 제 눈 주위 주름과 다크서클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거울을 보니 진짜로 젊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짙은 그늘이 눈 밑에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사실 젊었을 때 문제가 아니라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상상을 못하던 것이었습니다. 이젠 자존심 접고 마눌님이 하사해준 여성용 아이크림까지 매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마 피부에 자신 있는 젊은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저 같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다크서클에 대해 예방법과 치료법을 한번 의사 입장에서 논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굳이 의사 입장이라고 하는 이유는 저는 화장품을 홍보하는 것이 목적도 아니고 제가 직접 피부과 환자를 치료하는 입장도 아니니까 그냥 저는 약간의 의학적 상식을 지닌 보통 의사로서 가진 제가 공부한 내용과 경험을 좀 보태서 약간 객관적이면서도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이미 다 아는 내용이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눈밑 다크서클의 원인


일단 다크서클의 예방과 치료를 논하기 전에 이게 왜 생기는지 간단히 원인을 찾아보겠습니다. 첫째로는 눈의 구조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눈 밑에 지방이 빠지면서 그림자가 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공간이 비니까 아래 눈꺼풀이 꺼지면서 피부가 안와밑의 안와골이라는 뼈에 가까워지고 그 그림자가 지는 것입니다. 아니면 반대로 안와지방이 돌출되어 그림자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피부 밑의 혈관이 투영되어 검게 보이는 것이 이유가 됩니다. 보통 혈관이나 피의 색깔은 붉은 선홍색을 상상하지만 정맥혈이나 모세혈관의 피는 종종 산소 함량이 낮아서 검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체했다고 죽은 피를 빼기 위해 손가락을 따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피가 매우 검게 보입니다. (물론 이 피는 죽은 피가 절대 아닙니다.) 하여간 이렇게 검은 피가 비쳐 보이니 눈 밑이 검게 보이게 됩니다. 하필 여기에 이렇게 혈관이 잘 비치는 또 다른 이유는 얼굴의 다른 부위는 피부 두께가 1mm이상은 되는데 눈 밑은 그 반 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원인은 멜라닌 색소 침착입니다. 한국인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습니다만 인종에 따라서 유독 눈 밑이 검은 사람들도 있고 한국인 중에서도 유독 눈 밑이 검은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녀들도 장성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눈밑 다크서클의 치료


첫번째로 언급한 눈에 구조적인 문제로 그림자가 지는 경우는 간단하게는 색조화장(?)이라도 해서 가리는 수가 있겠습니다만 한국은 모르겠으나 미국에서는 조금 더 비싸고 오래가는 방법으로(보통 8개월 지속된다고 합니다.) 숙달된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전문의에게 필러를 주사 받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영화배우들은 이렇게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저는 어쩐지 섬뜩해서 택하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원인인 혈관 충혈은 젊은 사람들에서도 꽤 중요한 듯 한데 혈관이 충혈되게 만드는 원인으로는 대표적인 것이 알러지, 각종 비염, 축농증 등입니다. 코 주위의 혈관에 울혈이 일어나 피가 더 고이므로 정맥이나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색깔도 더 진하게 보입니다. 이런 경우가 원인이라면 당연히 코를 치료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아토피나 습진과 같은 피부질환도 눈 밑을 검게 만들므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원래는 이런 다크서클이 없었는데 피곤해서 생긴 경우라면 일시적인 혈액 저류에 의한 것이니까 당연히 쉬는 것이 해결책이 되겠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다 해당이 되지 않는데 원래 혈관이 도드라져서 다크서클이 진한 경우라면 병원에서 레이저로 치료를 하는 것도 가능한데 좀 무시무시하게 들리기는 합니다만 레이저로 혈관을 태워서 없애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세 번째 원인인 색소 침착의 경우는 쉽게 말해서 피부가 햇빛에 그을려서 그렇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햇빛에 얼굴이 다 타는데 눈 밑이라도 안타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데 하필이면 왜 눈 밑이 더 타는가 하는 궁금증도 드는데 사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눈 밑 부분은 피부가 특별히 더 얇으므로 피하에 위치한 색소가 더 진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평소에 여러 가지 이유로 햇빛을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거나 햇빛을 되도록 피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듯 합니다. 이 색소 침착에 의한 다트서클로 역시 레이저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레이저로 색소 세포를 파괴하면 되니까요. 저도 눈 밑이 더 검어지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눈 밑이 검은 것은 저 같지도 않고 영 보기가 싫군요.


다크서클 예방 생활수칙


원인도 공부했고 대충 치료도 알아보았습니다만 이제 예방을 위해서 평소에 어떤 생활 수칙을 가지면 좋을지 생각해봅니다.

 

1. 충분한 수면을 취합니다.

2.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합니다.

3. 축농증이나 알러지, 피부 질환을 치료합니다.

4. 술과 담배를 삼갑니다. (장단기적으로 혈액 순환의 장애를 일으킵니다.)

5. 눈을 비비는 습관이 있다면 눈에 손을 대지 않도록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6. 콜레스테롤과 염분이 낮은 음식을 먹습니다. 

7.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습니다.

8. 눈이 피로할 때 가끔 차가운 냉 찜질을 해줍니다. (눈의 피로를 풀고 혈관을 수축시킬 수 있습니다.)

9. 눈 주변에 수분 크림(moisturizer)를 듬뿍 사용해서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합니다.

10. 주름살 예방을 위해서 레티놀 성분이 들어 있는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생활이라는 것이 희한하게 다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100%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대개 보면 고혈압 예방법이 당뇨 예방법이 되고, 당뇨 예방법이 좋은 피부를 가꾸는 법도 되고, 좋은 피부를 가꾸는 법이 탈모를 예방하는 법도 되는 식으로 말이죠. 그 말은 몸의 한 장기(?)에 좋은 것은 결국 몸에 다 골고루 좋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교훈입니다. 그래서 다크서클 예방을 위한 건강한 생활법도 대부분 몸에 다 골고루 좋은 일반 상식을 따른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하여간 건강한 삶이란 내 몸을 아끼는 삶입니다. 모두들 내 몸을 잘 아끼면서 건강하게 사시기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