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대나 30대일 때까지만 해도 주위의 친구들 중에 건강을 따라 열심히 챙기는 사람도 없었고 저 자신도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건강에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40세가 넘어가면서 주변에서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라거나 ‘건강을 항상 챙겨야 한다.’라는 인사를 듣기도 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저 자신의 경우 40세를 넘어서면서 제 신체에 관해 뭔가 특이한 세 가지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첫째는 거짓말 조금 보태고 20세에서 39세까지는 감기를 거의 앓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40세부터 일년에 두 세 번씩은 감기에 걸렸습니다. 물론 가벼운 기침과 콧물, 목소리 변화, 미열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병’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어렵습니다만 하여간 그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니까 이제 내 몸도 예전 같지 않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둘째로는 상처가 잘 낫지 않게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 아이와 수영장에 갔다가 물이 얕은 줄도 모르고 물 속에서 걷다가 넘어져서 발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었습니다. 피가 철철 난 것은 아니었고 그냥 껍질이 조금 벗겨지고 붉은 피가 조금 비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딱지가 앉고 딱지가 떨어지기 까지 걸린 시간이 몇 주가 걸렸습니다. 더 웃기는 것은 딱지가 떨어진 자리에 붉은 색으로 피부가 흉터 비슷하게 남아 있었는데 제가 어렸을 때 같으면 이 붉은 색깔이 가시고 정상적인 살 색으로 돌아오는데 1-2주 걸렸을 것 같은데 이게 일 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의사인 저 조차도 알지도 못했던 희한한 일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노인들이 빙판에서 넘어져 골절이 생기면 뼈가 잘 붙지 않아서 오래 고생하는 것 정도는 상식이겠습니다만 겨우 40대 초반인 남자의 발에 생긴 조그만 상처가 완전히 아무는데 그렇게 오래 걸린다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다들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어서 역시 나이가 들면 몸의 재생력이 많이 떨어지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셋째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충치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저는 절대 이가 썩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작년에 치과에 검진을 받으러 가서 어금니가 썩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치아를 때우는 치료는 받았는데 저에게는 사실 꽤 정신적 충격이 컸습니다. 그런데 설상 가상으로 (나이 들면 치아도 약해지나요??) 얼마 전 갈비탕을 먹다가 뼛조각을 씹었는지 갑자기 뭐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서 치아가 부러졌나 했는데 치통은 있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지난 주에 치과에 가서 알아보니 어금니가 완전 일자로 금이 쫙 가서 잘못하면 빼야 한다고 합니다. 이젠 조금만 더하면 틀니하게 생겼습니다. 물론 이런 것을 가지고 제 건강이 나빠졌다고 엄살을 떨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만 제 몸도 젊었을 때와 나이가 조금 들었을 때가 조금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음식 섭취를 줄일까?
이런 일련의 변화들을 겪으면서 저도 이젠 건강에 맹목적인 자신을 하기 보다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 자신이 변하는 동안 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저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역시 점차 건강에 관한 관심사를 공유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어떤 음식이 좋고,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의사이다 보니 이런 주제에 관해 질문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할 나쁜 음식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음식에 대해서는 이미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나 신문 기사 등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만 다시 한번 강조해도 지나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꼽는 첫번째로 나쁜 음식은 밥입니다. 현미밥, 보리밥, 잡곡밥 말고 그냥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하얀 백미밥입니다. 쌀에 들어있는 비타민 B와 같은 영양소와 섬유질 등이 집중되어 있는 표피를 다 깎아서(도정해서) 탄수화물 덩어리만(약간 과장하자면) 먹게 되는 것이 백미밥이기 때문에 영양소의 결핍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섬유질이 부족한 탄수화물은 혈당을 빨리 올리고, 고혈당을 막기 위해 우리 몸의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급격하게 분비함으로써 지방의 생성을 가속화합니다. 당연히 당뇨에도 좋지 않고 비만에도 좋지 않습니다. 그럼 흰 쌀밥대신 뭘 먹어야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현미와 잡곡을 섞어서 먹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싫었지만 살려고 억지로 먹고 있다 보니 적응이 되어 이제는 현미잡곡밥 먹는 것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나쁜 음식은 설탕입니다. 몸에 나쁜 이유는 백미밥과 같이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당분 말고는 특별한 영양소가 없다는 점 외에도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서 과식을 유발합니다. 과자나 빵에 들어가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요즘은 불고기와 같은 고기요리나 김치와 같은 야채요리, 떡볶이와 같은 간식류까지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없다 보니까 설탕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도 집에서 만드는 요리에는 설탕을 적게 쓸 수 있는데 저희 집에서 하는 방식은 예를 들어 김치나 불고기를 만들 때 설탕보다는 과일을 갈아서 쓴다든지 차에는 꿀이나 꿀가루를 넣어 먹는다든지 하는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과일도 꿀도 단맛 나기는 마찬가지인데 설탕보다 나은 점은 과당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인슐린 분비를 덜 촉진 시키고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가 들어있다는 점입니다.
요런 것은 달아도 양호
셋째로 나쁜 음식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들입니다. 예를 들어 면류, 빵, 과자, 떡 등이 되겠습니다. 미국에서도 한국 음식 구경하기가 힘든 곳에 살 적에 한번은 집에서 떡을 만들어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넷도 찾아보고 책도 찾아보면서 집사람이 열심히 만들었는데 만든 결과물을 보고는 실망이 컸습니다. 마눌님은 설탕을 죄책감이 들 정도로 많이 넣었다는데 단맛이 하나도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파는 빵이나 떡에는 설탕이 집에서 넣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엄청난 양이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값비싼(?) 설탕을 넣어주면 고마운데 아마도 요즘은 값싼 설탕 대용품을 많이 넣을 것도 같습니다. 하여간 밀가루도 백미밥과 같은 나쁜 탄수화물인데 여기에 설탕까지 듬뿍 들어가야 빵도 되고, 떡도 됩니다. 면류 음식을 만들더라도 기름에 튀겨야 할 수도 있고, 소금도 과량 들어가야 합니다. 따라서 밀가루 음식은 일반적으로 말해서 그리 좋지 못합니다. 저의 경우 밀가루 음식은 뭐든지 좋아하기 때문에 조절하기가 가장 힘듭니다만 면류의 경우 가능한 한 일주일에 한 번 이내로 섭취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과자, 떡 대신 과일, 견과류를 간식으로 먹고 있습니다. 전에는 매일 저녁 식후에 새우깡, 고구마깡과 같은 과자를 먹었는데 요즘은 간이 되지 않은 아몬드를 10알씩 먹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비리기도 하고 이상했는데 계속 먹다 보니 그 고소한 맛이 느껴져서 저녁 먹는 것이 기다려질 정도입니다.
넷째로 나쁜 음식은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입니다. 제가 밖에서 사먹을 때는 그렇게 맛있는 된장찌개가 집에서는 왜 그렇게 맛이 없는가 마눌님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집에선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대답이 돌아왔는데 저도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서 만든 된장찌개가 사먹는 것과 비슷하게 맛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맛을 내었냐고 물어보니 대답이 실수로 소금이 좀 많이 들어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의식하고 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저도 모르게 사 먹는 음식의 짠맛에 제 입맛이 길들여졌었나 봅니다. 그 후로 보니 생선구이를 먹어도, 찌개를 먹어도 최소한 어느 정도까지는 짜면 짤수록 더 맛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듯이 소금은 우리 몸의 필수 구성성분입니다만 고혈압의 주범이고 심장, 신장이나 간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때로는 꼭 피해야 할 독약입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이 소금의 섭취가 너무 많습니다. 얼마나 많냐 하면 국제 보건기구 하루 권장량의 거의 3배를 먹고 있습니다. 소금을 적게 먹는 지름길은 일단 외식을 줄이는 것이고 집에서 먹더라도 인스턴트 식품을 피하고 직접 소리를 해서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운이 좋아서 점심도 집에 와서 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한국적 실정에서 이게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을 압니다. 상황만 허락한다면 소금섭취를 줄이고 싱겁게 먹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면서 외식을 줄이기 위해 아마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요런 것은 삼가시고..
다섯 번째로 제가 꼽는 나쁜 음식은 가공육류입니다. 고기를 그냥 먹는 것도 지방과 칼로리 과다로 문제가 됩니다만 이 고기를 가공해서 소시지나 햄, 베이컨, 스팸 등을 만들어 먹으면 이런 고기 자체의 유해성에 더해서 각종 조미료, 소금, 방부제가 추가로 들어가게 되고 이는 많은 경우에서 직접적인 건강의 위해요인이 됩니다. 육식성 생활 습관은 유방암, 대장암 등의 암의 위험을 높이고 가공 육류를 먹는 것은 췌장암의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나는 핫도그나 햄 샌드위치 같은 음식은 자주 먹지 않으니 괜찮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부대찌개, 피자, 김밥 등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가공육류는 아주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능만 하다면 이런 음식을 피하고 닭고기나 생선, 계란 등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가 나름대로 꼽는 다섯 가지 건강에 좋지 못한 음식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물론 제가 꼽지 않은 음식이라도 식용색소, 방부제, 화학 조미료 등이 듬뿍 들어간 음식이나 중금속 오염이 의심되는 음식, 항생제가 들어간 육류, 칼로리 과다를 부르는 고지방 음식 등 좋지 못한 음식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음식이 나쁘다고 하더라도 말고기, 달팽이 고기처럼 우리들이 잘 먹지 않는 것이면 피하기가 쉬운데 소금, 설탕, 백미, 밀가루, 고기 등 우리가 거의 매일 먹는 것을 다 나쁘다고 하니 도대체 뭘 먹고 살라는 것이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위에 적었듯이 이런 음식들을 적게 먹는 대안이 충분히 있습니다.
제가 20대와 30대 때는 뭘 먹어야 건강할까 고민해본 적도 없고 뭘 먹지 말아야 건강할까 고민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40대가 되면서 좀 꾀가 생겼는지 지혜가 늘었는지 건강도 걱정되고 제 주위의 사람들도 다들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나이가 어떻든 저와 같이 건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저와 함께 위에 꼽은 다섯 가지 음식을 피하고 대안으로 말하고 있는 음식의 섭취를 늘리시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광고입니다. 저의 <뉴욕의사의 백신영어>, <뉴욕의사의 스토리 영단어>에 이어서 세 번째 저서 <뉴욕의사의 건강백신>이 출간되었습니다. 그 동안 블로그에서 이야기한 건강에 대한 제 단상들을 새로운 글들로 보완해서 건강 전반에 대한 가이드북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책이 지금까지 나온 다른 건강서적과 다른 점이라면 이 책은 여러분에게 저의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 목표를 둔 것이 아니고 여러분들의 생활을 실제적으로 바꾸도록 설득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습니다.
물론 다른 건강서적들처럼 건강과 질병에 대해 다루고 있긴 하지만 지식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실천이 가능하도록 여러분들에게 동기 부여를 드리고 실제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저 같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진솔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특히 <뉴욕의사의 건강백신> 마지막 장에는 지금까지 제가 아주 많이 질문을 받았던 ‘건강검진’을 제대로 고르는 법에 대해서 썼습니다. 여러분들이 건강검진 항목을 정할 때 의사들에게 절대 들을 수 없는 업계의 비밀을(?) 많이 썼기 때문에 아마 이 장만 잘 읽어도 건강 검진 항목을 고를 때 수십, 수백만 원을 절약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참, 그리고 특별히 책을 쓸 때 젊은 여성의 건강관리에 중점을 두어서 '여성건강'에 관한 새로운 글이 많습니다. 한번 알아두면 평생 유용한 산 지식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 새로운 책의 발간에 즈음하여 이벤트를 실시합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본 포스트에 제 <뉴욕의사의 건강백신>에 거는 기대의 글을 짧게라도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10분을 선정해서 <뉴욕의사의 건강백신>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론 이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셔야 합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과 이벤트에 참가하실 모든 분께 미리 감사 드립니다.
혹시 책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자세한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누르세요. ---> 뉴욕의사의 건강 백신
2013년 3월 14일 오전 11시를 기해서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당첨자 발표가 구독자 통신을 통해서 곧 이어집니다.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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