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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간헐적 단식으로 체중감량이 성공하기 쉬운 이유

일단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이 글의 제목부터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의 제목은 간헐적 단식이 가장 좋은 혹은 가장 바람직한 다이어트 방법이라거나 간헐적 단식이 가장 좋은 건강법이다도 아니고 실천하기 쉬운 체중 감량법이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제목을 다시 보시면 아시겠지만 간헐적 단식법을 실천하면 체중 감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마치 공부를 열심히 하면 시험을 잘 볼 확률이 높다라는 아주 당연하고도 어처구니없는 명제일 수도 있지만 우리 대부분의 의지는 약하지만 체중을 줄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나름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요한 이유란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라는 현실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진리는 몸무게를 줄이려면 덜 먹어서 열량 섭취를 줄이거나 운동을 비롯한 활동을 더해서 열량 소비를 더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체중 조절은 덜 먹고 더 움직이는 이 딱 두 가지 선택권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수술은 제외하고요.) 그런데 덜 먹기가 힘드니까 다이어트 콜라도 마시고, 입맛을 없게 만드는 살 빼는 약도 복용하고, 황제 다이어트도 하고, 당 지수가 낮다는 음식으로 골라서 먹고, 아니면 외국에서 수입된 별의별 다이어트를 다 시도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결국 먹는 양을 현저히 줄이는 일이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운동을 병행하면서 살을 빼려고 노력합니다.


운동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그런데 운동으로도 체중을 줄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까 사람들에게 덜 먹게 하려면 음식 메뉴 옆에 칼로리를 표기해 주는 것보다 그 음식을 먹고 얼마만큼 운동하면 그 칼로리가 소모되는지 운동량을 써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더군요. 덜 먹는 것이 고통스럽다 한들 운동하는 것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은가 봅니다. 삼계탕을 예로 들면 (다 양이 다르겠지만) 열량이 1000칼로리에 육박합니다



운동으로 이 칼로리를 소모하려면 숨차게 2시간을 쉬지 않고 뛰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삼계탕을 차라리 반 그릇 먹고 한 시간만 뛰겠습니까 아니면 한 그릇 다 먹고 두 시간 뛰는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아마도 대부분이 안 먹고 안 뛰겠다고 하실 것 같습니다.) 먹는 것을 참기도 힘들지만 운동하기도 지독히 힘듭니다.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힘들어서 못하고, 건강이 안 좋아서(?) 못하고, 하여간 환자들에게 제발 제발 운동하시라고 하면 다들 운동을 못하는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운동 해 보았자 살도 팍팍 빠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나마 운동으로 살을 많이 빼는데 성공하는 분들은 운동을 정말 숀 리처럼 죽기살기로 하든지, 적절한 음식 다이어트를 병행한 분들입니다.


그럼 도대체 운동해도 왜 체중이 줄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우리 몸이 그만큼 효율적인 기계이기 때문입니다. 열역학적으로 따져서 자동차는 소비한 연료의 35%만 원래 의도한 자동차 바퀴를 굴리는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65%는 소리 에너지, 열 에너지 등등으로 낭비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2000 칼로리를 먹으면 2000칼로리가 하나도 낭비되지 않고 다 사용됩니다. 일부는 기초대사로(70% 정도), 일부는 근육을 움직이는데(20% 정도), 일부는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데 사용합니다. 혹자는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데 사용한 에너지는 낭비된 것이 아닌가 할 수 있지만 그래 봤자 그 비율은 10% 정도 밖에 안됩니다. 흡수한 에너지의 90-100%를 다 사용하다니요


대단한 인체 기계


이러니 인체가 얼마나 엄청나게 효율적인 기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효율적인 인체는 음식을 먹고 남는 열량이 있으면 어김없이 지방으로 만들어서 곳곳에 저장해 놓습니다. 왜냐하면 수렵 등으로 수천 수만 년을 생존하려면 인류는 길고 긴 배고픔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굶자마자 힘이 빠져서 죽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고 먹은 열량을 하나도 배설하지 않고 몸에 저장해서 안고 가야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점이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이 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아무리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진다는 단점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운동을 해도 칼로리 소모가 매우 적으니까요. 크기와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보통 막대사탕처럼 큰 것 말고 그냥 작은 사탕 한 알의 칼로리를 20칼로리라고 보는데 이 칼로리를 소모하려면 일반적으로 팔굽혀 펴기를 20번 이상 해야 합니다. 판단은 주관적일 수 있겠습니다만 다시 말씀 드리지만 운동으로 칼로리 소모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1000칼로리 짜리 삼계탕이나 빅맥 세트 메뉴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들이 운동으로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체중 조절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여전히 운동을 권하는 것은 운동 자체가 몸에 주는 여러 가지 장점 때문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단 기간의 운동으로는 불가능한 체중 감량이 장기간 신체 활동이 많게 생활 습관이 바뀌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적게 먹고 살을 빼기도 힘들고, 운동해서 살을 빼기도 힘든데 방법은 이게 다라면그럼 뭘 어쩌라는 것이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제 생각이 끼니때 먹는 양을 줄이지 말고 차라리 매 끼니 먹는 보통 분량을 먹고 대신 어쩌다 한번씩 굶는 것이 차라리 쉬운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 까지 미치게 됩니다. 이게 바로 간헐적 단식이지요. 간헐적 단식이 한국에서 갑자기 유행이 되긴 했었지만 지난 번 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이론이 아닙니다. 간헐적 단식의 장점에 대해서 수많은 연구들이 있었고 그 장점은 단지 체중을 줄이는 데서 오는 건강상의 이익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SBS 방송을 보신 분들이라면 방송에서 소개된 수명 연장, 항노화, 퇴행성 질환과 암 발생 예방 등 관련 연구를 상기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저를 비롯한 의사들도 그렇고 헬스클럽 코치님들도 그렇고 굶어서 살을 빼면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는커녕 굶어서 살을 빼지 말라고 해왔습니다. 특히 폭식과 금식을 오가는 체중 감량 실패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은 금식이 결국 다이어트 실패로 연결되는 대표적인 예로서 제시되곤 했습니다. 게다가 자주 굶으면 영양 불균형이 되기도 쉽고, 근육도 잃을 가능성이 많고, 기초대사율도 낮아져서 오히려 체중 감량에 방해가 되는 신체 조건을 만드는 셈이 되고, 허기가 진 상태로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체중 감량의 방법은 적게 먹고, 운동을 더 많이 하자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들에서 굶어도 잘 굶으면 건강에 생각만큼 나쁘지 않으며 오히려 체중 감량에 효율적이고, 오히려 건강 상에 장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과 금식/폭식의 차이점


그럼 간헐적 단식과 기존의 금식과 폭식 사이클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일단 간헐적 단식에는 단식은 안정적인 계획이라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자신이 미리 정하고 계획적으로(물론 계획의 변경은 사정에 따라 가능합니다만) 단식을 하므로 단식 한번 한번이 작은 성공으로 간주되고, 사정상 한번 굶지 못해도 전체 계획에 지장을 받지 않습니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만 금연을 한 사람이 1년 동안 금연하다가 담배 한 개피 피우고 결심이 무너져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다시 흡연을 시작하는 정도의 불안성이 있는 것이 종래의 다이어트 행위였다면 간헐적 단식은 매주 2일만 금연을 하는 것이므로 원래 계획인 월, 목요일의 이틀 금연을 못하면 화, 토요일에 하면 된다는 유연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포자기나 우울이 없다는 것이 둘째 차이입니다


셋째로는 이런 간헐적 금식이 생활 습관으로 굳어지면서 한번 굶었다고 보상적으로 더 먹어도 된다는 강박관념이 없으므로 단식은 있어도 폭식은 없다는 것입니다. 금식은 하되 나머지 날들은 정상적으로 먹는 것이 생활 습관화 되게 되니까요. 이 말은 간헐적 단식으로 칼로리 섭취가 예측 가능하게 의미 있는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고 그 말은 체중이 진짜로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넷째로는 이미 언급되었듯이 계획성 있게 금식을 하게 되면 그냥 무작정 몇 끼를 쫄쫄 굶는 것이 아니므로 마음의 대비가 금식하는 날 전에 이미 되어 있게 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런 심리적인 대비는 실제 배고픔을 참으면서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데 매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간헐적 단식을 잘하는 사람들은 굶는 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머리가 맑아져서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고, 배도 그다지 고프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따라서 금식이 괴롭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다섯째로 종래의 무작정 몇 끼니씩 굶기와 다르게 간헐적 단식은 그 전략상 규칙적으로 한끼내지 두 끼에 한정해서 건너뛰는 것이고 적절한 근력 운동을 포함하므로 기초대사량 감소나 근육손실, 영양적 불균형과 같은 손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물론 더 많은 끼니를 건너뛰는 간헐적 단식도 있지만 여기서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을 예로 들어 말합니다.)




물론 이런 다섯 가지 간헐적 단식의 장점이 바로 간헐적 단식의 전제 조건이 됨은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지난 번 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병이 생기는 시대에 살고 있는 저는 간헐적 단식이 주요한 체중 조절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맞는 방법은 아니라 할지라도 체중 감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한번쯤 시도를 해볼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잠깐 노골적 광고 드립니다. SBS 방송에서 나왔던 캐나다의 간헐적 단식 전문가 <브래드 필론>의 책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가 곧 출간됩니다. 그리고 이 책의 한글판 감수자가 바로 저입니다. ^^


그래서 이 책을 잠깐 소개 드리자면 이 책은 간헐적 단식이 왜 좋은가 하는 부분하고 간헐적 단식을 어떻게 실행하면 좋은가 하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간헐적 단식의 모든 것이 나온 책입니다. 간헐적 단식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하나 본 것은 비교도 안되게 세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아래 링크를 따라 가시면 소개되어 있습니다.

 

http://www.yes24.com/24/goods/8780483?scode=032&OzSrank=1

 

그리고 체중 조절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의 모든 것에 대해 알기 쉽게 풀이되어 있는 제 책 <뉴욕의사의 건강백신>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linkClass=&barcode=9788937834103&orderClick=z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