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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리고 미국 생활 이야기

뉴욕에서 자동차를 도난당했어요

오늘이면 제가 차를 도난당한지 일주일이 되어 갑니다. 얼마나 마음이 슬프고 심란한지 모르겠습니다. 뉴욕 와서 별의별 안 좋은 일을 다 경험하였지만 정말 이번 경험은 특별히 아픈 경험이 되었습니다.

약 일주일전인 토요일의 일입니다. 제가 24시간 근무차  병원에 아침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꼬박 하루의 근무를 마치고 일요일 날 아침에 희망찬 기분으로 나왔지요. 제가 보통 습관적으로 병원을 나오면서 가방에 손을 넣어서 자동차 열쇠를 만지작거립니다. 그런데 가방에 손을 아무리 넣어도 열쇠가 만져지지 않더군요. 그래도 어딘가에 숨어 있겠지 하면서 호주머니를 뒤지고 가방을 다시 뒤져도 열쇠 꾸러미가 안 나오는 겁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당직실로 갔습니다. 혹시 그곳에 떨어져 있을까 봐서요.

그런데 당직실에도 열쇠는 없었습니다. 갑자기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설마 하면서 주차장으로 뛰어 갔습니다. 제가 큰 나무 밑에 주차를 해 놓았는데 그 나무 밑에 주차된 차가 제 자동차의 은색이 아니고 파란색인겁니다. 제 눈을 의심하면서 나무에 점점 가까이 가면서 저는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가 없어진 것이죠. 대신 다른 차가 그 자리에 주차가 되어 있었고요. 너무나 충격이 커서 체면을 불구하고 그 추운데 잠시 쭈그려 앉았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는데 결론은 도난이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 한장밖에 없는 제 차의 사진입니다. 쳐다만봐도 슬픕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불쌍한 얼굴로 다시 병원에 들어갔습니다. 청원 경찰을 찾아가서 사정이야기를 하고 도난 접수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던 어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구권 액센트의 청소부 아주머니가 저보다 더 놀라시면서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시더군요. 그러면서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해 주겠다. 너는 아픈 사람을 도우러 병원에 와서 일했는데 일요일에 차를 도둑맞다니 말도 안 된다. 힘을 내라 차를 꼭 찾을 수 있다고 해주시더라고요. 너무나 고마워서 눈물이 돌 지경이었지만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딱히 생각나는 말도 없고 그냥 병원 로비의 벤치에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조금 자신을 추스르고 나서 어떻게 자동차 열쇠를 도난당했나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하긴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열쇠가 든 가방을 당직실에 놓아두고 보통은 일을 보러 들어갔다가 나갔다가 합니다. 방문 열쇠가 없어서 잠그지는 않은 채로 말이죠. 한번을 밖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책을 찾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웬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히스패닉 계통의 사복을 입은 남자가 방에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저를 보고는 황급히 아무 말도 안하고 나가더군요. 저는 참 예의 없는 사람 다 보겠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오더니 소아과를 가려면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잠깐 대화를 하고 이 사람이 나갔습니다. 저는 그저 소아과 방문객으로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차를 도난당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왜 그 사람은 방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라도 있었다는 듯이 노크도 없이 들어왔을까요. 그리고 소아과를 물어보는데 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지 않고 방에 들어왔으며 처음에는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나간 이유는 뭘까요. 그러다가 뭔가 생각난 듯(혹시 알리바이를 만들기라도 하려는 양) 다시 들어와서 질문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는데 사실 그 사람은 단지 진짜 방문객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제 방에 들어와서 열쇠를 챙겨서 나간 것은 사실이고 아마도 주차장에 가서 무선 리모컨을 누르며 제 차를 찾았겠죠. 그리고 차 문을 열고 유유히 병원을 빠져나갔을 것이고요. 제가 방을 나설 때 보통은 가방에서 지갑과 열쇠를 꺼내서 호주머니에 넣고 나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갑을 돈이 좀 있으니까 챙겼지만 열쇠는 도대체 챙길 이유가 없는 것만 같이 생각이 들더군요. 뭐가 씌우기라도 했을까요. 열쇠는 돈이 안 되니까 아무도 훔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은데 왜 열쇠로 차문을 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 했을까요.

너무너무 자책이 들고 슬퍼서 한참을 있다가 결국 집에 전화해서 아내에게 차를 도난당했으며 보험에서 보상을 어느 정도 해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하는 줄 알고 믿지도 않던 아내도 망연자실해졌지요. 콜택시를 불러서 택시를 타고 평소보다 훨씬 늦게 집에 갔습니다. 아내도 울고 저도 조금은 눈물이 났습니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어차피 종합보험에서 보상은 해 줄 것 같아서) 차에 정이 들었고 추억이 담겨있었는데 어떤 나쁜 사람이 맘대로 몰고 다니면서 분해를 해서 팔지, 다른 범죄를 저지를지 하는 생각을 하니까 너무나 마음이 우울해지더군요. 우리 아기를 태우던 유아용 자동차 시트도 생각이 나고 차에 있던 아기의 신발도 생각이 나고, 아내가 선물해주었던 우산도 생각이 나고, 가장 비싼 내비게이션은 왜 그런지 생각이 덜 나던데요.

그래서 이런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습니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니 누군가가 와서 위조된 사건이 아닌지 검사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더군요. 경찰서에서는 소식이 있으면 알려준다고 하지만 아무 연락이 없고요. 경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50%의 경우 차를 결국 찾는데 대부분은 완파가 된 상태로 찾는 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차를 훔치면 대개 자신이 두고두고 이용하려고 훔치는 것이 아니고 분해해서 팔 목적이거나 범죄에 사용하는 목적 혹은 마음대로 난폭하게 운전하고 버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차를 찾아도 나중에 못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개의 사람들이 아무리 차에 정이 들었어도 차를 포기하고 새로 차를 산다고 합니다.

어제 우여곡절 끝에 보험회사에서 지정해준 이런 사건을 전담하는 직원과 통화를 했습니다. 보험 약관에 따라 약 한 달간 자동차 렌트비를 지원해준다고 하고 사립탐정 비슷한 사람에게서 연락이 갈 거라고 했습니다. 또한 약 50분간 여러 가지 재정상태, 직업, 가족관계 등 혹시 모를 사기사건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차를 잃어버린 것도 슬픈데 조사까지 받는 것이 참 싫었지만 자동차 보험회사도 하도 사기가 많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겠지 하면서 협조하였습니다.

이후에도 사기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이 최소 4주는 걸린다고 하니까 그 후에는 자동차 렌트를 제 개인비용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값도 자기들이 정한 가격으로 주는 것이므로 제가 바라는 차의 가치를 다 받지 못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자기부담금도 내야지요. 이래저래 금전적인 손실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두 번이나 경찰서에 가고 나서야 자동차 도난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증명서를 받아왔습니다. 이 증명서는 나중에 뉴욕 교통국(DMV)에 가서 자동차 등록을 말소하는데 사용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열쇠 꾸러미에 있던 제 집 열쇠가 이미 범죄자에게 넘어간 관계로 집에 현관 열쇠를 통째로 교체했습니다. 아파트와 직장에 주차장 주차증도 추가 비용을 내고 새로 받았습니다. 또한 이지패스라고 하는 한국으로 말하면 고속도로에서 쓰는 하이패스란 것과 비슷한 통행증이 있는데 이것도 역시 도난을 당했다고 벌금을 물었습니다.

지금은 정말 자신을 추스르기 어려울 정도로 좌절되는 상황은 지났습니다. 우리 아이는 아빠와 엄마가 우울한 얼굴로 있으니까 어떻게 알고 자기도 웁니다. 그래서 아이 보는데서는 슬퍼하지도 못하겠더군요. 요즘은 하루하루 새해를 맞은 기쁨도 못 느끼고 지내고 있습니다.

한 가지 교훈이 있다면 자동차 열쇠는 곧 자동차와 같으니 잘 보관해야 한다는 것과 자동차를 도난당하는 경우 미국에서는 위에 제가 말씀드린 것과 같은 절차들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되겠네요. 많은 분들이 새해에 액땜을 한 것이라고 위로를 해주시니 올해에는 이런 슬픈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 가족이 다들 건강하게 잘 있는데 그게 뭔 대수냐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제 자동차는 이 추운 날씨에 어디서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요즘도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길거리에 제 차와 비슷한 차가 보이면 자꾸 돌아보면서 버스에서 뛰어 내려 확인을 하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