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연예인들의 암, 당신은 피할 수 있다

오래 전에 보았던 한 분의 환자가 기억이 납니다. 정확히 말해서 제 환자는 아니었고 외과에 파견 갔을 때 보게 된 환자였습니다. 30대의 여자환자였는데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을 받고 양쪽 유방을 다 절제하고 항암치료까지 경험을 했던 분이었습니다. 젊은 여성으로서 신체의 일부를 그렇게 잃는다는 것은 아마도 팔이나 다리를 잃는 것만큼 정신적으로 충격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볼 때마다 그분이 아무리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었어도 정말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이 모든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할 때만해도 일단 이 분을 괴롭히는 암은 없어졌으니 이제는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6개월이 흐른 후 클리닉에서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조금 유명하신 분이시기도 했지만 성격이 아주 원만해서 대인관계가 좋으셨는지 후배와 동료들이 진료실에 꽉 차도록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환자분은 전보다 한결 밝은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와서 저는 그 분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 치료를 받았던 환자를 나중에 다시 보게 되면 기본적으로 미리 흉부 엑스레이를 찍게 하고 그 사진을 보면서 환자를 함께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 분을 보았을 때도 미리 찍어오신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동시에 환자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엑스레이 사진을 보자마자 아주 낭패스러운 심정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진을 볼 때면 저 자신도 이런 운명의 야속함에 대해 원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엑스레이를 보면서 제가 기대했던 것은 그냥 공기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정상적인 폐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에서는 그냥 폐 외에도 이 폐에 전체적으로 퍼져있는 좁쌀과 같은 작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수백 개의 암 덩이가 보였습니다. 그 말은 앞으로는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가 없다는 말일 수도 있고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은 결국 살아남아서 맹렬히 증식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의사들은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아무리 암과 주변 조직을 넉넉하게 제거해낸다 할지라도 이미 작은 혈관이나 임파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작은 암이 퍼져있을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암치료로 작은 암까지 죽이려고 노력을 합니다만 그 노력이 반드시 결실을 보는 것은 아니어서 참으로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분이 이런 불행한 경우였습니다. 저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교수님과 환자분간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암이 재발했다는 것, 다시 한번 항암 치료를 해볼 수는 있으나 희망이 거의 없다는 것, 그리고 남은 몇 개월의 삶에 대해 정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날은 이 환자분에게 가장 슬픈 날이 되었겠지요. 그 때가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그 답답한 경험이 아직 잊혀지지 않습니다.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틴 던스트 인기앵커 캐이티큐릭

암과 맞서 싸우는 헐리웃의 스타들

작년 가을 어느 날 미국의 한 텔레비전 채널을 보다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 탤런트, 영화배우 등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도 아니었고 할리우드의 무슨 파티를 취재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암 연구 재단에서 주최한 ‘stand up to cancer’라는 행사였는데 암 연구 진행상황도 보여주고 암을 이겨낸 유명인과 일반인들도 출연해서 기금마련에 대한 홍보 등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미국의 3대 공중파 방송들이 한 시간 동안 광고 없이 이 공연을 중계했고 유명한 스타들이 암과 함께 싸우자는 취지로 노래도 하고 거의 두세 문장 정도의 대사를 돌아가면서 했습니다.
캣우먼 할리배리 엘렉트라의 제니퍼 가너 제니퍼 애니스톤

아마도 제 인생에 시상식이 아닌 행사에 그렇게 많이 모인 스타들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음악상 시상식에는 가수들이 모일 테고 영화상 시상식에 가면 배우들이 모일 테지만 제가 봐도 알만한 스포츠, 영화, 음악, 방송계의 특급 유명인들이, 아마도 몸값이 천문학적으로 비쌀 그들이 자선으로 그 1분도 안 되는 짧은 출연을 위해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저에게는 상당한 감동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암 연구를 위한 기금모집에 함께 참여해서 암의 정복을 앞당기자며 평생 암 유병률이 남자의 경우 두 명중 한 명, 여자의 경우 세 명중 한 명이나 된다든지, 매 분마다 한 명씩 암으로 죽어간다는 통계를 들며 암 정복의 시급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당시 대선후보 마마미아의 메릴스트립 트로픽썬더의 잭블랙

많은 사람들이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병의 하나로 꼽는 것이 에이즈입니다. 의사인 저 자신 조차도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그런 인식을 가지고 살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에이즈를 완치시키는 약은 없습니다만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개발된 수많은 항바이러스제 덕분에 약을 꾸준히 복용하기만 하면 거의 수명만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십수년전에 에이즈로 진단받은 수많은 환자들이 에이즈 약을 복용하면서 현재까지 생존 중입니다. 앞으로는 에이즈도 당뇨, 고혈압처럼 약을 평생 먹으면서 사는 여러 질환중의 하나로 굳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키아누리브스 블룸버그 뉴욕시장 심슨 아저씨도 출연!

암도 사실 진단이 사형선고인 시대는 많이 지나갔습니다만 암은 누구에게나 추스르기 어려운 공포감을 줍니다. 유명인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뉴스가 연예인들의 암투 병이나 임종에 관한 소식입니다. 그만큼 암이 흔한 병이라는 이야기도 될 것 같습니다. 위에 미국 통계를 잠깐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는 네 명중 한 명, 여자는 다섯 명중 한 명이 암에 걸립니다.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도 남의 이야기라고 안심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연예인들의 암과 관련해서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이 암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날 300억을 기부한 시드니킴멜 전 상원의원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샤를리즈테론과 힐러리스웽크 머라이어캐리와 마일리사이러스등의 가수들

위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배우 장진영씨입니다. 얼마 전에 암으로 진단받았다는 사실과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간간이 전해지면서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위암은 남자에서 발생률 1위인 암이고 여성에서는 3위인데 미국인에 비해서 8배나 발병률이 높습니다.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헬리코박터라는 위에 기생하는 세균이고 불에 탄 고기, 김치나 젓갈과 같은 음식에 들어있는 질산염 계열의 화학물질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암은 타고난 유전자에서 암 발생에 취약한 고리가 있으리라고 짐작이 되고 있고 이 취약함이 외부의 자극 물질을 만났을 때 암으로 발전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는 헬리코박터 감염을 평생 가지고 살고 매일 김치와 젓갈을 먹어도 이런 병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위암은 내시경이라는 훌륭한 진단법이 있고 헬리코박터 균도 제거하는 항생제가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몸에 이상을 전혀 느끼지 않는 건강한 사람이 병원에 까지 구태여 시간을 내어 가서 내시경을 받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지금 의사들은 40대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어도 매년 정기적으로 위장 내시경을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고 헬리코박터 검사도 동시에 가능합니다. 갑자기 소화가 안되고 속이 더부룩한 사람은 이 보다 어려도 내시경을 받든지 최소한 의사를 찾아가서 상담이라도 해보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위암의 완치율은 거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좋습니다만 이는 1기에서 4기까지 통계를 낸 것이고 내용을 따져보면 초기에 발견하면 95%이상 거의 다 완치되지만 말기에 진단되면 10%도 생존을 못합니다. 결국은 사는 사람은 병이 진행하기 전에 발견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운 좋은 사람이 되려면 자신의 몸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암환자들이 이런 말씀을 많이 합니다.

‘저는 평생 병원 문턱에도 가보지 않았을 정도로 건강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었어요.’라고요.

저는 바로 그런 태도가 문제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누가 암에 걸릴지 모른다면 아무리 몸이 건강해도 규칙적으로 의사를 찾아가서 건강검진을 받았어야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런데 아픈 데가 없다고 해서 병원을 멀리하면 조기검진의 기회를 어떻게 얻을 수가 있었을까요. 사실 이런 것은 홍보와 인식의 부족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실을 좀 더 알리고 검진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일선 의료인과 국가의 몫이긴 한데 지금도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조금 더 노력을 할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폐암

source ; www.kormedi.com

작년 말에 배우 박광정씨가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 했습니다. 뉴하트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지성에게 엑스레이 사진 보는 법을 가르쳐준 것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46세로 이제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누구나 다 알듯이 폐암과 담배의 연관성은 너무 가깝습니다. 물론 폐암의 원인이 공해물질이 원인이 될 수 있다거나 비흡연자에서도 폐암이 생긴다는 사실을 들어 담배의 해악성을 축소시켜 생각하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담배는 폐암 외에도 12가지 갖가지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암 예방에 최선의 대책은 금연입니다.

예전에는 폐암은 조기 발견해도 완치의 가능성이 높지 않고(위암 3기 완치율이 그나마 예후가 나은 비소세포성 폐암 1기와 비슷한 정도) 위처럼 제거해버려도 살 수 있는 장기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의 어려움이 많은 데다가 웬만한 엑스레이로는 보이지도 않는 경우가 많아서 조기 검진을 장려하지도 않았습니다. 요즘은 저 선량 CT로 진단을 해보려는 노력이 많이 있는데 흡연자들이라면 관심을 가져 볼 만합니다. 하지만 금연만한 대책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장암

source ; www.mimul.com

벌써 일년이 되어가는데 작년 이맘때 대장암으로 투병해오던 작곡가 이영훈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때 이문세씨의 곡을 거의 모두 작곡하며 저 같은 30대, 40대의 기억에 수많은 명곡을 남겨준 작곡가로 저 자신의 경우 이영훈씨가 제가 이름을 기억하는 유일한 가요 작곡가일 정도입니다. 얼마 전만해도 대장암은 미국과 같은 서구에나 많은 병으로 한국인에게는 별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식생활의 서구화와 함께 빠른 속도로 증가하더니 최근 대장암이 암 발생에서 2위를 차지했다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가족력이 있다는 등의 원인이 아니라면 식생활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 섬유소를 적게 먹고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것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위암에 비해 발병 연령이 좀 늦은 관계로 50세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혈변, 체중감소, 점액성 변, 최근 가늘어진 변 등의 이상증세가 있는 경우 검진을 늦추면 안되겠습니다.

췌장암

source ; www.standup2cancer.org

췌장암을 생각하면 미국의 배우 페트릭 스웨이지가 생각이 납니다. 사랑과 영혼에서 감동적인 연기를 펼친 이 미남배우가 췌장암으로 진단받고 나서 수척해진 얼굴로 ‘stand up to cancer’행사에 나타났을 때 관객들은 열화와 같은 박수로 암과 싸우고 있는 우상에 대해 지지를 보냈습니다. 저도 같은 심정이었는데 얼마 전에는 췌장암이 간까지 전이되었다는 뉴스가 나온 것을 보니 경과가 그리 좋지 않은가 봅니다. 췌장암은 여러모로 폐암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일단 진단이 어려워서 말기에 발견되는 경향이 많고, 예후가 나쁘며, 흡연과 관련성이 밀접하다는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진행암의 경우 CT로 진단하기는 하지만 무증상의 건강인을 대상으로 딱히 조기검진으로 추천할 방법도 없어서 더 두려운 암이긴 합니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장 적극적인 조치로서는 흡연, 음주, 동물성 지방을 멀리하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간암

여러분들이 예전에 MBC에서 방영했던 미국 드라마 초원의 집을 기억한다면 여러분은 신세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어려서 초원의 집을 보면서 자랐는데 특히 인상이 깊었던 것은 자애하고 현명한 아버지 상을 보여주었던 마이클 랜던입니다. 나중에 천사 조나단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지만 초원의 집에서 나온 아버지의 모습은 잊혀지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배우가 세상을 떠난 이유가 간암입니다. 그리고 스타워즈에서 오비완 스승으로 나왔던 영국계 배우 알렉 기네스도 같은 병으로 운명했습니다.

source; www.delsjourney.com

그러데 간암은 B형 간염 보균자가 많은 한국인들에게 상당히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의 B형 간염 보균자가 전 인구의 3%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산되며 거의 220만 명 정도로 추산하는 보고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만성간염 유병률이 0.2% 정도로 생각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에 간염 보균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보균자들은 활동성 간염이나 간경화의 위험도 있지만 간암의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200배에서 1000배에 달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만성 간질환자는 6개월마다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암 발생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저도 세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암의 종류가 200여가지라고 합니다. 몸의 각 조직은 뇌에서 뼈까지 다 암이 생길 수가 있고 같은 조직에 생기는 암이라도 여러 가지 기준으로 다른 이름이 붙으니 그러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암이 왜 생기는지 전혀 짐작도 못했지만 이제 유전공학적인 발전과 더불어 환경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유전자 속에 암이 생기는 비밀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원인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 만큼 치료도 계속 발전해 갈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몸을 지키고 점검하는 것은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평생 병원 한번 가보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다는 자랑은 이미 의미가 없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고 건강해도 병원에 가서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겠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여성에 잘 생기는 갑상선 암, 자궁경부 암, 유방암 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영어공부 제대로 하기 무료 전자책을 다운로드 받으시고 싶으시면 아래 배너를 클릭하세요.

뉴욕에서 의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