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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

현대 소나타 3등에 미국인들 뿔난 이유

지난 달부터 현대가 미국 시장에 신형인 YF 소나타를 시판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쪽 언론에서는 엠바고가 풀리면서 2 22일자로 각종 자동차 잡지와 웹사이트에 현대 소나타 시승기가 나오기 시작했고요. 그 훨씬 전인 작년 12 LA 오토쇼에서 소나타가 선보이면서 미국의 언론들이 약간은 소나타의 디자인과 화려한 스펙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했었기 때문에 소나타 관련 기사가 미국 언론의 웹사이트에 풀리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지난 미국 최대의 스포츠 축전인 슈퍼볼 때도 소나타 광고가 아우디 광고와 더불어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었습니다.

 

http://carnews.gossipblender.com/car-news/2011-hyundai-sonata-wins-big-in-superbowl-ads-audi-dodge-less-so/

 

이렇게 소나타에 쏠리는 관심은 경쟁자들과 비교해서 일단 이유가 확실합니다. 이전세대까지 소나타는 일제 차의 90% 품질의 차를 80% 가격에 팔았지만 이제는 105%의 품질의 차를 95%의 가격에 팔겠다는 현대의 야심 찬 시도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언론에서도 현대가 정말 그럴 능력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많았지만 같은 4기통을 비교할 때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포드 퓨전, 시보레 말리부, 마즈다의 마즈다6 등과 놓고 보니, 더 나은 디자인(호 불호가 엇갈리기는 합니다.), 더 좋은 연비(고속도로 연비로 35마일, 다른 경쟁자는 30-32마일 수준), 더 높은 파워(소나타는 GLS트림 기준으로 198마력이고 경쟁자들은 대개 170에서 190마력 사이), 더 커진 크기(혼다 어코드와 함께 미국 EPA 기준으로 대형세단에 분류됨), 더 나은 안전성(IIHS에서 top safety pick으로 선정)등 팔방미인으로 어느 한가지도 빠지는 것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미국 자동차 매니아들도 관심이 엄청나게 컸고 초반의 각종 미국 언론의 소나타에 대한 시승기는 극찬 일색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이제 소나타가 이끄는 기준이 표준이 되었으니 새로 나오는 모든 차는 이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주문을 내놓은 미국 기자도 있었습니다.

 

http://www.usatoday.com/money/autos/reviews/healey/2010-03-11-test-drive-review-hyundai-sonata_N.htm

 

이제 미국의 자동차 매니아들의 관심은 각 사의 비교 시승기로 옮아 갔습니다. 소나타가 그렇게 좋다면 기존의 미국 중형 세단의 강자들과의 직접 대결에서 어떻게 결과가 나올 것인가 하면서 약간 과장하자면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모터트랜드'에서 소나타 최초 시승기를 내놓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잽싸게 소나타와 미국의 주요 중형 세단과 비교시승기를 내놓았는데 이 글이 문제였습니다. 경쟁자들과 비교해서 스펙 상으로 적지 않은 우위를 점한데다 값도 착한 현대 소나타가 당연히 1등을 할 줄 알았는데 (참고로 이전세대 NF소나타는 같은 잡지의 비교 테스트에서 2등을 한 바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도요타 캠리와 포드 퓨전에 이어 3등에 그치고 만 것입니다.

 

포드 퓨전은 작년에 '모터트랜드'에서 선정한 올해의 차로 뽑히는 영예가 있었기에 나름대로 이해가 되는 대목이 있었지만 나온 지 4년이나 된 도요타의 캠리가 더군다나 지금처럼 도요타의 급발진으로 리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1 등을 하고, 소나타는 3 등으로 처졌다는 사실은 미국의 네티즌들을 폭발하게 만들었습니다.

 

'모터트랜드'의 해당 기사는 결과에 반발하는 댓글이 이례적으로 계속 달리고 있고 저마다 왜 소나타가 1등이 아니냐 말도 안 된다든가, 불과 석 달 전에 포드 퓨전이 올해의 차라고 해놓고 나온 지 4년 된 캠리를 가지고 말을 뒤집느냐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도요타의 어려움을 빗대어 모터트랜드가 미국에서 이미지를 구기고 있는 도요타에게 이미지 회복을 위해 돈을 받고 그런 말도 안 되는 비교시승기가 나왔다는 주장마저 나오는 실정입니다.

 

'모터트랜드'의 해당기사와 함께 독자들이 어떤 중형세단을 선택하겠느냐는 설문이 있는데 기사가 나온 첫 날은 소나타가 1위로 나왔고 잠시 포드 퓨전에 처지는 근소한 2위로 내려앉았다가 다시 1위로 올라서는 상당한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일본의 중소업체인 스바루나 마즈다만도 못한 인정을 받는 현대의 세단이 자동차 매니아들로부터 이런 선택과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정말 기대하지 못한 일이고 저는 이런 일을 보면서 현대의 미국 시장 전략이 드디어 꽃을 피우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극히 이례적으로 또 다른 미국의 메이저 자동차 언론인 '오토블로그'의 경우 이런 '모터트랜드'에서 벌어진 상황을 감상하는 기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역시 독자들의 댓글 반응은 현대 소나타에 도요타 캠리에 진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모터트랜드'의 기사가 나온 다음 날에 공개된 다른 자동차 언론 '인사이드라인'의 경우 소나타를 마즈다6, 혼다 어코드와 비교하면서 네티즌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비교 시승 1위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오토블로그'를 넘어서 '인사이드라인'까지 와서 '모터트랜드'를 성토하면서 절독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근 20년간 부동의 1위로 떠받들어졌던 도요타 캠리가 받는 이런 수모도 수모지만 미국인들 특히 자동차 매니아들은 현대에 절대로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황홀한 평가에 아마 현대 관계자들은 춤이라도 추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모터트랜드의 선택을 조금 두둔하자면 이 기사는 진정한 비교 시승기로서 평가라기 보다는 누가 차세대의 미국 중형 세단의 베스트셀러의 자격이 있는가?”하는 기준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사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어느 것이 더 입맛에 맞을 것인가를 찾은 것이지 차 자체가 우위에 있는가를 찾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소나타의 트림 중에서 안락성에 초점을 둔 GLS limited를 두고 주행성능과 핸들링에 초점을 맞춘 SE를 도요타 캠리 LE와 비교하면서 승차감을 떨어진다는 식으로 표현을 한 것 등은 옥의 티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가운데 한가지 낭보가 어제 날아들었습니다. 작년에 현대가 도요타 등 세계의 쟁쟁한 자동차업체를 다 제치고 자동차업계 영업이익 1위를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http://stock.daum.net/news/news_content.daum?type=all&sub_type=&docid=MD20100317185807376&section=&limit=30

 

여기까지는 현대의 성공 스토리로 아주 좋았습니다만 제가 예전에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http://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26161.html

 

현대의 영업이익은 거의 전부 국내 시장에서만 발생하고 해외에서는 거의 적자이거나 본전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은 전부터 많았습니다. 그래서 현대차는 이런 자료를 쉬쉬하면서 공개를 꺼리고 있고요. 안 그래도 국내 시장 독과점과 폭리 전략에 대해서 네티즌들의 반발이 심한데 이를 공식화시키는 자료를 공개하고 싶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현대차 입장에서 보면 이해는 가지만 결코 떳떳하지는 못한 회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이런 기사를 보면 볼수록 한국 소비자들은 현대가 미국에서 받는 칭찬과 네티즌들의 지지도 결국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바가지를 씌운 돈으로 명성을 산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현대차를 이해하려고 노력 해보자면 지난 날 미국시장에서 형편없는 품질로 잃었던 평판을 이렇게 선물 공세를 하면서 간신히 동일한 평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올려 놓았다는 점 자체는 평가해 줄만 합니다.

 

http://www.tradingmarkets.com/news/press-release/hymlf_hyundai-claims-top-spot-in-us-brand-loyalty-from-toyota-848379.html

 

쌓아놓은 신용이 없는데 차가 아무리 좋아도 어떻게 제 값 받고 차를 팔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이제 미국 시장에서 이만큼이라도 신용이 쌓였으니 현대가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 사이의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조금이나마 성의 있는 관심을 보였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하고 있는 5년 보증 (10년 파워트레인 보증)과 같은 프로그램은 한국에도 시급히 도입을 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를 풀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은 해놓고 보아도 한국 시장에서의 우월적인 지위가 있는 현대측이 별로 들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는 아쉬운 기회가 있었습니다. 바로 도요타 캠리의 한국 상륙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캠리도 아주 특별히 좋은 가격에 들어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옵션이 좀 붙은 2000cc급의 현대 소나타의 가격이 하도 예쁘지 않았던 관계로 캠리가 꽤 돋보이는 위치에 있었고 설마 설마 했는데 작년 11월 수입차 판매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한 적이 있었습니다.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09120410231302761

 

워낙에 판매량이 국산차와 (특히 소나타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어서 현대가 이 정도로 긴장했겠느냐 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2400cc급의 캠리의 비교적 착한 가격은 상당히 많은 잠재적 국산차 수요층을 끌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도 이런 점을 눈치챘는지 소나타 2400cc를 공개하면서는 캠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했고 가격도 의외로 착하게 내놓게 됩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977/4065977.html?ctg=12

 

작년 도요타의 한국 시장 전략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이 많았지만 제가 진작 제기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현대차가 한국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는 배경에는 소나타와 같은 베스트셀러가 있었으니 만약 캠리가 착한 가격표를 붙이고 나온다면 현대도 울며 겨자 먹기로 소나타 가격정책에서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대의 국내 영업이익에 상처를 내게 되어 도요타는 해외시장에서 경쟁이 아닌 한국 안방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현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작년에 쓴 아래의 제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이야기를 제가 한 적이 있습니다.

 

http://ko.usmlelibrary.com/entry/toyota-strikes-back

 

, 도요타에게는 어차피 작은 한국 시장이기에 캠리를 몇 대를 팔든 여기에서 오는 이익이 관심사가 아니라 소나타와 그랜저의 가격을 묶어 현대의 영업이익을 낮추고 이를 통해 현대의 연구개발과 해외 영업의 역량을 축소시켜 잠재적 경쟁자를 견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현대 소나타 2.4의 의외의 가격 책정은 이런 제 가설을 뒷받침해주기에 충분했는데 갑자기 미국에서 도요타의 급발진 사고와 리콜문제 등이 엮이면서 도요타는 한국 시장에 안착에 난항을 겪고 있고 현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가 의외의 호재에 반색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밖에서는 인정을 받더라도 집안에서는 못된 자식을 둔 부모가 남이라도 자기 자식을 혼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것은 별로 아름답지도 않고 부모도 스스로가 부끄러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버릇이 고쳐지나 했는데 그 자식을 혼내주려던 옆집 아저씨마저도 갑자기 중병으로 누운 마당입니다. 부모는 이제 어떻게 할까요? 회초리를 드디어 들게 될까요 아니면 자식이 먼저 반성을 하고 돌아올까요? 참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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